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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HYUN SON

​손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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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ote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외로움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나는 사람에게 상처받아 누구와도 말을 섞고 싶지 않다가도, 누군가가 나를 위로해 주기를 동시에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시인 허은실<목 없는 나날>에서 언급된 구절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 어떤 것이 난해한가?”는 내 마음을 관통하는 문장이었다. 타인과의 관계와 외로움 사이에서 고통은 불가피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고 세상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면의 단단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약한 내 마음을 단단함으로 계속 포장한다고 해서 정말로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거짓된 단단함으로 나를 감싸면 감쌀수록 얇은 유리처럼 조그만 상처에도 쉽게, 더 날카롭게 깨져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나를 포장하지 않는다면 마치 물처럼 모든 충격을 흡수하고 흩뿌려질 테니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그 중간을 찾아야만 했다.
 

물은 유동성이 높아 충격을 모두 흡수하며 휘청이지만, 다시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 반면, 유리는 단단하지만,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린다. 타인과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충격에 깨지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마음이 유리와 물의 중간이라면 내면이 쉽게 깨지지 않을 만큼은 견고하면서도 상처를 방어하여 유연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는 유리와 물의 중간 소재를 이용하여 외로움과 타인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모든 관계와 감정은 하나로 정의할 수 없고, 매일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기에 작업으로 표현하는 게 재미있다. 내가 타인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을 때는 그에 이입하며 작업을 하고, 외로움을 견디고 있을 때는 그 감정에 이입하며 작업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내 작업을 보며 본인의 모습을 투영해 보기를 원한다. 매일 매일 다른 의미로 그림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작업에 대한 감상을 들어보기를 즐기는데, 다양한 감상을 들을수록, 사람은 한 명 한 명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내 그림 속 사용된 소재는 스스로 개발한 소재이기 때문에, 작업의미를 알지 못하면 아무도 무엇을 그린 건지 맞출 수 없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사람들은 각자 나의 그림을 보며 물방울, 거품, 젤리, 유리 등 다양한 소재를 떠올린다. 나는 이게 그 사람들의 마음의 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본인은 살아가기 위해 유리와 물 그 중간의 소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유연한 마음으로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너무 단단해서 어떤 상처를 받아도 깨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며 생각한 것들이 사실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있다는 것이 작업이 더 재밌어지는 요소이다.
 

나는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는 것, 그에 대한 의미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을 관람하는 각자의 관점과 생각을 존중하며 그림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그림을 볼 때 각자의 삶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해석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그림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그 풍부한 해석들이 결과적으로 본래의 의미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면서도 그에 본인을 비춰볼수 있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싶다.

파란,2023,oil and acrylic on canvas,162.2x

Artist statement

작가는 다양한 자세를 취하는 사람 형태의 투명한 물체를 차가운 색채로 표현하고, 사람 형태의 물체를 중심으로 주위에 흘러내리는 양상의 소재 또는 구슬 형태의 소재를 함께 배치한다.

 

작가는 살면서 겪는 외로움의 굴레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림 속 사람 형상은 투명한 질감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작가가 창안한 물질로 유리와 물 사이의 강도로 이루어졌다. 작가가 생각하기에 적합한 인간 내면의 소재는, 단단하면서도 유동적인 강도로 이루어져 필요한 상황에 맞게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또한 투명한 소재는 빛이 왜곡되어 비치는 현상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인간의 투명한 듯 알 수 없는 내면에 빗대어 표현한다.

 

작품의 형상은 현실과 거리가 먼 낯선 형태와 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 내면의 형태로, 형태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게 작용하여 보는 이들에게 낯선 감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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